지난번에 여기서 한의대 지망생분들을 위한 글을 간략하게 쓴 적이 있는데,
그 때 너무 경제적인 부분만 지적한 듯 하고, 이제 2010년 입시도 다 끝났으니
한의대생분들께 드리는 글을 한번 써보고자 합니다.

여러분은 무엇을 생각하며 한의학을 꿈꾸고 있나요?
어떤 분은 경제적, 혹은 사회적 지위를 목적으로 하고 있을 것이고..
어떤 분은 의사로서의 인류애나 봉사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을 것이고..
어떤 분은 한의학의 학문적 발전 혹은 한의학의 세계진출 등을 목적으로 하겠죠

 

여러가지 개인의 꿈들이 모두 각각 가치있고 소중합니다만,
전 특히 3번째 꿈에 대해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앞서 글을 쓸 때도 적었었는데.. 전 의대를 두군데 다니다가 한의대에 진학했습니다.

지방대의대 -> 인서울의대 -> 한의대 .. 이렇게 말이죠
물론 목표로 했던 한의대를 가기위해 노력한 것도 있지만,
짧은 기간이지만, 의대 2군데를 다녀보면서.. 한의학에 대한 꿈을 확고히 했던 것도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양방의료계는 그 의학적 지식이나 발전의 대부분을 서양혹은 동양의 일본
으로부터 받아들이는 수준이거든요. 즉, 외국 의료계의 흐름에 몸을 내맡긴다 표현할 수 있겠군요
현재는 안과, 성형외과 등의 몇가지 분야에서는 세계적 수준에 근접했다는 평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그건 극히 작은 부분에 불과합니다. 과 이름만 봐도 마이너이니까요.

반면, 한의학은 흐름에 몸을 내맡기는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흐름을 주도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양의학과 한의학의 인프라는 그 규모와 자본에서부터 엄청난 차이가 있죠
사실 비교가 안됩니다. 당연히, 연구 성과나 논문의 수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죠.

의대에 있다보면, '내가 안해도 누군가가 연구하겠지' 라는 안일한 믿음의 생각이 강합니다.
그게 의사가 되었든, 이공계 학자가 되었든, 우리나라 사람이든, 서양사람이든 나 말고도 연구자는 널렸습니다.
하지만 한의대에 있다보면, '내가 안하면 과연 누가 연구할까?' 라는 의구심이 강합니다.
우리나라와 중국에 있는 한의사들, 그중에서도 중국보다는 한국의 한의사들이 아니면 과연 누가 연구할까요?

한의사들이 하지 않으면, 우리의 한의학은 서양의사들에 의해 연구되어
서양의학이란 이름으로 다 빼앗겨, 우리에게 역수입됩니다. IMS 의 일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일이죠.
물론 인류의 복지와 건강을 위해, 의학자체가 발전해 나간다는건 좋은 일이고,
한의학이 그러한 인류의 건강과 의학발전에 활용될 수 있다면 크게 환영할만한 일이겠지요.
하지만 그 주체가 우리가 되는건 어떨까요?
우리가 주체가 되지 못한다면.. 한의학 역시 서양의학이란 이름으로 수입하게 될겁니다. IMS처럼요.
양방과 마찬가지로 한의학조차도 외국에 끌려다니는 신세로 전락하게 되겠지요.
현재의 한의학을 연구하고, 검증하고, 발전시켜나갈 권리와 책임이 바로 우리세대 한의사들에게 있지 않을까요?
검증을 해서 폐기하든, 새로운 것을 창출하든.. 그 주체는 우선적으로 우리 한의사의 몫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많은 부분에서 한의학은 서양에 잠식당했고,
제 2의 IMS가 언제 또 출현할지 모릅니다. 우리가 분발하지 않으면 말이에요.